물리치료 한 번으로 모든 걱정이 사라진다면야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럴 거라고 생각한 건 당연히 아니다. 근데 생각보다 상태가 좀 더 안 좋아서 꽤 오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도 그렇고 상태가 임계치를 넘겨서 앞으로는 무리하거나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언제든지 아플 수 있는 거라고 하니까 좀 겁나네.
어깨 근육이 심하게 뭉쳤으니 스트레칭도 좀 하고 온탕욕도 하고 마우스 쓰는 거 왼손으로도 좀 하고 가방도 크로스로 매거나 한쪽으로만 들지는 말라는 주의사항을 듣고 있으려니 옛날 생각이 좀 났다. 칠년을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된 나도 웃기고. 나를 위한 선물로 백팩이나 하나 살까? 사진은 작년의 나를 위한 선물(들).아트원시어터 1관
고영빈 - 톰, 이석준 - 앨빈
고톰은 노래는 조금 아쉽지만 (음이 내려갈 때 다 틀리는 기분이라 매우 신경쓰임....) 발성과 목소리가 무척 근사한데다 연기를 잘해서 그래 이정도 연기를 해주면 노래 좀 못해도 된다는 기분. 석앨은 정말 잘한다. 연기가 제일 좋은 페어라고 하더라고.
극은 여러 모로 흠 잡을 데 없이 좋았다. 잘 짜여진 구조, 귀에 남는 넘버, 가사도 번역 참 잘 했더라. 이름이 외국 이름인 것만 빼고는 귀에 걸리는 부분이 없는 좋은 번안이었는데 9월의 새학기라고 해서 아 원작이 외국이지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시놉시스만 보고 갔는데 (난 추리소설도 맨 뒤부터 보고 시작하는 스포일러 중독자인데 요즘은 쓸데없이 바빠서 시놉시스만 보거나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일이 많다 이상하게)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순수했던 유년기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해가는 모습' 이라는, 서양 가족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단순한 메세지와 구조가 아니라 보다 다층적인 면이 있어 좋았고, 여러 번 반복되는 특정 대사와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다르게 다가와서 구조를 잘 짰다고 생각했다. 나는 앨빈을 창작의 주체라기보다는 톰의 뮤즈 (음 뮤즈 여성형이었나) 처럼 받아들였다. 앨빈이 아버지의 송덕문을 말하는 장면에서 실제 대사(나 넘버)는 나오지 않고 톰이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말했다 이야기한다. 만약 그 장면에서 앨빈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말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엔딩이 달랐겠지만. 나는 너무나 현실적인 사람라서인지 톰의 입장에 엄청나게 감정이입을 했다. 생각해보면 톰이 나쁜놈이라는데 난 별로 그런 생각마저 들지 않더라고. 이건 고톰이 다정한 톰이라서? 앨빈에게 심한 말을 하는 순간에도 회한과 후회 같은 것이 보인다.
그리고, 나의 옛 친구를 생각했다.
나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었던 적도 없다. 바란 적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반짝이는 빛 같은 것이 있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 같다. 그 나이 또래에서는 독특한 취향, 나이를 먹으면 사람들이 경원시할 취향, 나를 좋아했고 내가 좋아했고 내가 무언가를 쓰고 무언가를 그릴 때 우리의 경험에서 하나씩 꺼내다 쓰게 되었고... 나는 고등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진학했고, 고등학교 중반쯤에는 이사를 왔다. 연락하는 간격이 길어지고 연락이 가늘어지다 끊어지면 나는 다시 관계를 되살리려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는 그 과거를 잊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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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코와 리타를 극장에서 챙겨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스토리는 특별할 것 없는 멍청한 남자와 꼬이는 인연과 시대의 아픔이지만 음악과 연출이 좋았다. 베보 발데스! 이걸 작은 화면과 작은 스피커로 들어야 했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관련 전공자인 지인과 함께 보았는데 한 올 한 올 흩날리는 동물의 보드라운 털까지 3D로 구현해낼 수 있는 시대에서 극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중간에 쿠바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치코의 꿈 장면에서 듀오톤으로 연출된 부분을 보면서는 쿵푸팬더의 엔딩롤도 생각나더라. 다른 방향에서 애니메이션의 미래가 아닐까. 특히 OST와 뗄 수 없는 연출이라 더욱 근사했다. 유리를 부수고 들어간 자동차의 부품이 하나하나 흩어지는 것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음들. 네이버 웹툰 [신과 함께] 가 떠오르기도 했고. 투박하지만 명료한 그림체, 대충 그린 것 같아도 명확하게 계산된 연출이라는 면에서 그랬다.

